그래 어서 오너라


사실 우린 별 관심이 없단다


1990년대생이든 2000년대생이든 개의치 않는다. 나는 내 일을 하고, 너는 너의 일을 하면 그만이다. 좋든 싫든 여러세대와 소통해야할 곳은 '직장'이란 한정된 공간에서일 뿐이고, 60~90년대생 모두 모인 이곳에선 생각보다 서로에게 큰 관심이 없다. 그러니 우리 서로 너무 가까워지지도, 모른체하지도 말자. 그리고 서로의 인생에 집중하자


"90년대생이 온다" 책을 읽어보긴 했다. 특정 세대가 궁금해서가 아니다.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 한 명이 수십만 권이 팔린 베스트셀러를 썼다길래 호기심 반 부러움 반으로 읽어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집 안에서 그 책을 찾을 수 없는걸 보니, 작년 말 중고책방에 팔았던 50여권의 책 중에 끼어 있었을 거란 게 확실하다. 나에게 90년대생들에 대한 관심은 딱 그 정도였고, 오늘도 서점에선 새로운 책을 뒤적거린다



어느 날 물어봤다


열 명이서 일하는 부서에 90년대생 후배가 둘 있다. 커피 한 잔을 홀짝이고 있던 어느 날 오후, 마주 앉아있던 후배 한 명에게 물어봤다. "너가 봤을 때 나는 꼰대니?" 요놈.. 뜬금포에 적잖이 당황한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반격포를 날린다. "그런 걸 묻는 것 부터 꼰대 소리 듣는다구요! "


오케이 좋다 이거야..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너와 나 사이에 진짜 '세대'라는 벽이 있다면, 어떤 차이가 우릴 갈라놓는 걸까? 후배의 얘기를 들어본즉, 우리 서로에게는 이런 차이가 있다고 했다


"선배들은 항상 정량적인 목표만을 두고 사는 것 같아요. 대부분 '숫자'로 정하는 목표들이죠. 예를 들면, "5년 내 1억을 모으겠다" "직장생활 30년 하고 은퇴하는 게 목표다" "애는 2명만 낳겠다" 이런 식이요. 그런데 요즘 애들은 정성적인 목표를 세워요. "오늘은 집에서 꼭 '존맛탱'을 먹겠다" "이번 여행에서 반드시 인생샷을 건진다" "여름에 서핑을 배워볼까?" 이런 것들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숫자'에 집착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회사 출퇴근 30분 이내의 거리에 사는 게 목표다. 아이의 학교는 도보 10분 내에 있어야 하고, 매달 적어도 수입의 20%는 저축을 하자. 30년 뒤에 은퇴를 가정했을 때, 월 300만원의 연금을 만들어 두자. 그래 일단 그렇게 살아보자..



결국은 모두가 '때'를 맞춰 살아갈 뿐이다


나 역시 숫자계획 없이 즐겁게 살던 때가 있었다. 저 미인을 꼭 내 여자친구로 만드는 것이, 저 커다란 비행기를 한 번 타보는 것이 그렇게 절실하던 때였다. 지금의 후배들과 별반 다를 건 없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제서야 나에게는 조금 더 구체적인 목표가 필요했다'혼자'사는 시간은 끝이 났고, '우리'로 사는 시간이 시작됐다. 그야말로 방 한 칸 있던 신혼집에서도 행복했지만, 그 방에 아기 기저귀 박스가 쌓여갈 무렵 우리는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방 두 칸 짜리로의 이사... 우리 가족에게는 기저귀 박스가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하나 더 필요했고, 그걸 갖기 위해서는 '계획'이란 것을 세워야만 했다. 그리고 그 계획은 당연히도 '00년까지 00원" 이라는 숫자로 쓰여졌다


10년 전에는 목표를 향해 달려만 가는 선배들이 안쓰러워 보였고, 10년이 지난 지금은 내가 달려야 할 차례다. 나보다 10년 뒤에 태어난 후배야.. 낭만적으로 살다 오거라. 우리 모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 그리고 노인네가 되어서는 친구 하자. 참 열심히도 살았다며 자축의 건배 한 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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