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의 이중성

이준민

“프로처럼 배우고 아티스트처럼 부숴라”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말이다. 이 말은 곱씹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데 이유는 규칙에 대한 이중성을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규칙은 어떤 일을 할 때, 여럿이 다 같이 따라 지키기로 약정한 질서나 표준이다. 그림을 그리는 일도 일종의 규칙을 수행하는 것이다. 선을 긋는 방법, 채색하는 방법 등 프로처럼 배운다는 말은 그 규칙을 잘 익힌다는 말이다. 그런데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규칙을 깨라고 말한다. 그 행위가 곧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입체파 그림을 보면 무슨 의미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규칙은 일관적이어야 할 어떤 것인데 깨지 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여기에는 규칙을 지켜야하는 시점(時点)과 규칙을 깨야 하는 시점 간 차이도 있고, 규칙 내부와 외부에서의 시각 차이도 존재한다.

 뜬금 없지만 라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왜냐면 라멘은 규칙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국물을 울이고 면을 다듬지 않으면 항상 동일한 맛으로 장사를 할 수 없다. 모우코 탄멘(蒙古タンメン) 카메이도(亀戸) 지점은(현재는 킨시쵸(錦糸町)로 이사했다.) 도쿄에서 살던 때 최애 라멘 가게였다. 점장은 매일 아침 10시 30분에 가게를 열고 저녁 11시에 마지막 주문을 받고 가게를 정리했다. 특별한 휴일이나 일이 있는 경우에는 사전에 공지해서 헛걸음한 기억은 드물었다. 직원도 바뀌지 않았는데 점장을 포함한 4명의 직원들이 정해진 스케쥴에 맞춰서 라멘을 만들었다. 3년간 도쿄에 살면서 2년을 단골로 보냈는데, 그 2년동안 라멘집에 변화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맛은 변화 없이 항상 동일한 맛을 유지했다. 사람들은 당연하게 줄을 섰다.

 규칙 속에서 만들어지는 라멘이지만 그 밖에서 보면 사실 규칙을 깨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면 일본의 모든 라멘집이 동일한 규칙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가게는 돼지뼈(豚骨), 다른 가게는 닭(鳥), 이 가게는 소뼈(牛骨), 저 가게는 생선(魚介) 등으로 육수를 뽑는다. 같은 계열의 육수라도 저마다의 방법이 다르다. 일본 라멘 집을 돌아다니다 보면 스승의 방식과 다른 라멘을 만들겠다고 뛰쳐나와 따로 문을 열었다는 곳을 종종 보게된다. 모우코 탄멘에서 일을 시작하다 카와사키에 라멘집을 오픈한 가게를 간 적이 있는데 자신만의 룰대로 가게를 운영하고 싶었다고 한다. 타케스에(竹末) 도쿄는 본점이 토치기(栃木)에 있지만 마찬가지로 도쿄 점장만의 스타일로 라멘을 만들고 있다. 규칙을 깨지 않으면 새로운 라멘은 나올 수가 없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보면 규칙은 지켜야 하는 동시에 깨야 하는 무엇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규칙을 지키는 것만을 미덕이라고 말하지만 깨는 것의 미덕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 것 같다. 어려서부터 규칙과 질서를 잘 지키는 사람이 되라고 배우지 규칙을 어기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이 되라고는 배우지 않는다. 물론 규칙을 어기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동을 일삼는 것은 문제겠지만 잘지켜지던 규칙도 언젠가는 바뀌고 깨져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지키기만 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것'은 출현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규칙은 시점에 따라서 그리고 관점에 따라서 언젠가는 깨져야 한다.

Copyrights © 2020 RASHO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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