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쓸 수 없는 가사

아침 출근 준비를 하는 아내는 매번 인공지능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다. "Ok Google, 금요일 아침에 듣기 좋은 노래 틀어줘~" 오늘 플레이리스트 첫 곳은 아이유의 '가을 아침'이다. 부엌에서 별생각 없이 아들 아침밥을 차려주고 있는데, 갑자기 가사 한 구절이 귀에 꽂힌다. "산책 갔다 오시는 아버지의 양손에는 효과를 알 수 없는 약수가 하나 가득,,," 수십 번은 족히 들어봤을 노래인데 오늘따라 저 가사가 머릿속을 맴돈다. 그리곤 생각한다. "와,,, 저런 가사로 음원차트를 올킬 할 수 있는 대중가수가 우리나라에 지금 아이유 말고 또 있을까?" 


아이유에 대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9년 그녀의 첫 데뷔곡은 'Boo'. 솜사탕만 한 캔디를 들고 카메라를 응시하던 열일곱 소녀의 입에선 다음과 같은 가사가 흘러나온다. "You are my Boo~ 내게 사랑을 줘 한 입만 Boo~ 맛있는 사랑을 할 거야 Boo~ 아이스크림보다 달콤한 난 너만 사랑하고파~"  귀엽기는 했지만 누가 들어봐도 상업적이고 자극적인 가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예능 프로에 나온 그녀를 다시 만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통기타를 둘러매고 팝송을 부르는 게 아닌가?. 너무 잘 불러서 멍하니 보고만 있는데 노래를 끝낸 그녀가 말했다. "싱어 송 라이터가 되는 게 제 꿈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들으며 가수의 꿈을 꾸게 해줬다는 그 팝송의 제목은 'Video killed the radio star'였다 


2009년 You are my Boo를 외치던 10대의 소녀는 어느덧 국내에서 대체 불가한 유명 가수가 되었고, 데뷔 후 10여 년이 지난 2017년 가을, 계절에 걸맞게 '가을 아침' 이란 곡을 발표한다. 


2017 (아이유, 가을 아침)

눈 비비며 빼꼼히 창밖을 내다보니

삼삼오오 아이들은 재잘대며 학교 가고

산책 갔다 오시는 아버지의 양손에는

효과를 알 수 없는 약수가 하나 가득

딸각딸각 아침 짓는 어머니의 분주함과

엉금엉금 냉수 찾는 그 아들의 게으름이

상큼하고 깨끗한 아침의 향기와

구수하게 밥 뜸드는 냄새가 어우러진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노랫말이 기가 막힌다. 아니 이런 노래를 한국 대중방송에서 틀어준다고? 틀어주는 정도가 아니라 라디오와 카페 거리를 거의 도배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유'라는 가수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그 10년이란 긴 시간 속에서 치열하게 살았을 가수 '이지은'을 떠올려 본다. Video killed the radio star를 들으며 가수의 꿈을 키운 소녀는 현실에선 You are my Boo를 외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 '과정' 속에서 버텨내고 성장한 그녀는 어느덧 '아티스트'의 반열에 한층 가까워졌다. 요즘 작곡하는 재미에 빠져 산다는 그녀는 얼마 전 신곡을 발표했다. '러브레터' (가수 정승환, 작사 아이유, 작곡 아이유)


어라, 가수가 아이유가 아니네?






 


Copyrights © 2020 RASHO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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