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시험

늦은 시간인데 아내의 핸드폰 알림이 울려댄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학부모 단체 채팅방에서 난리가 났단다. 오늘 아이가 학교에서 본 받아쓰기 시험 문제가 준비했던 4단원이 아니라 5단원에서 출제되었는데, 반 아이들 대부분이 50점도 못 맞았다고 해서 엄마들이 화가 난 것이었다. 학교에 정식으로 항의하겠다는 톡들이 날라오는데, 60점을 받아왔다는 아들 놈은 자랑스러운 듯 게임 한 판 때리고 잠이 들었다. 저 여유로움이 그저 부럽다.


'시험'이란 무엇인가. 어릴 때부터 학업성취도를 평가하기 위해 수없이 보게 되는 '테스트'가 우리에겐 익숙한 시험의 의미일 것이다. 때문에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내 인생에서 이 지긋지긋한 시험은 이제 안녕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텐데, 살아보니 꼭 그러지만은 않다. 내 나이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시험을 본다. 


무슨 시험을 보는가? 직장을 구할 때 시험을 본다. 회사에 들어와서도 영어 시험 점수를 따야 하고, 승진 시험도 봐야 한다. 도로에서 운전을 하려면 면허시험을 봐야 하고, 비자를 받을 때도 인터뷰를 통과해야 한다. 교제하는 상대 부모님의 질문에도 현명하게 답을 해야 결혼식장 문을 통과할 수 있다. 정말 모든 게 시험이다. 


그래서 저 편하게 자고 있는 아이를 그냥 놔두고 싶다. 앞으로 살면서 수많은 시험을 치러야 할 텐데, 고작 받아쓰기 시험 하나 가지고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인생이 크고 작은 시험의 연속이라면 그 모든 과정을 견뎌낼 수 있는 인내, 문턱에서 떨어졌다면 다시 일어날 힘, 또 어떤 때는 깨끗이 인정하고 승복해야 하는 판단력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 암기력까지 갖췄다면 오히려 시험 보는 인생이 더 쉬울지도? 


흔히들 한국 사회는 '시험 중독'이라 말한다. 항상 빨리빨리를 추구했던 민족에게 '시험'은 그야말로 이 수험생이 우리가 의도한 목적에 적합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빠르게 판가름하는 가장 손쉬운 수단이었으리라. 해마다 태어나는 사람이 똑같은 외모와 능력치를 갖고 있는 게 아니라면, 앞으로도 이 '시험'은 사라지지 않을 테니 너무 서두를 필요도 없다. 어머님들 진정하세요. 진짜 시험은 시작도 안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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