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다.

이준민

불편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다.


 무언가를 사랑하고 싶다면 과정을 겪어야 한다. 아름다운 소녀를 발견한 소년을 상상해보자. 그는 소녀에게 접근해야 한다. 어떻게 말을 걸지 단어를 고른다. 말을 걸고 그녀와 몇 차례 밀고 당기기를 한다. 소년은 그녀를 웃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를 연구하고 그녀를 고민한다. 수 차례의 만남 끝에 그녀는 그와 키스한다. 우리는 이 현상을 사랑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장면이 아니다. 사랑은 연속적인 과정이다. 키스만을 사랑을 얘기한다면 사랑이라고 말하기 어색하다. 사랑을 하려면 과정이 필요하다.


 디지털 기술은 과정을 제거한다. 페이스 타임은 대면을 없애버렸다. 유튜브는 텍스트를 읽는 행위를 무용하게 만들었다.구글 검색은 도서관에 갈 일을 없게 했다. 아마존은 시장의 정체성을 흔들었다. 기술은 과정이 사라진 자리를 메우지 않는다. 기술은 시작과 끝만 있다. 어떤 사람은 이를 편리라고 말한다.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편의가 비약이 되기도 한다. 비약을 통해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뭔가 어색하다.


 음악 애호는 기술 발달의 가장 큰 피해자다. 역사적으로 음악은 그 과정을 간소화해왔다. 과거에는 악기를 직접 연주하거나 노래를 직접했다. 녹음 기술은 직접해야 하는 것들을 듣는 것으로 전환시켰다. 축음기는 테이프로 CD로 MP3로 종국에는 스트리밍으로 발전했다. 변화 속에서 과정들은 생략되었다. 매체는 사라지고 0과1만 남았다. 음반은 팬을 유지하는 음악인들의 중요한 미디어였다. 음원은 누군가의 배경음악으로 전락해버렸다. Spotify의 리포트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사람들이 음악을 재생하는 시간은 1초다. 아는 음악이 나올 때까지 스킵하기 때문이다. 기술은 음악을 가볍게 만들었다.


 다시 소년의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그 소년이 그 소녀와 키스하기 까지의 과정을 제거하고 키스를 했다고 생각해보자. 이 사건은 소녀에게 로맨틱한 이벤트가 아니라 불쾌한 희롱이었을 것이다. 과정이 가치를 만든다. LP판을 앞에서 뒤로 바꿨을 때, 사람들은 음악을 아꼈다. 라디오에서 테이프 데크로 음악을 녹음했을 때 사람들은 음악을 더 열심히 들었다. 때로는 과정이라는 게 사람을 귀찮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을 거쳐야만 애정이 생긴다.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싶다면 그 과정을 겪어야만 한다. 불편해야 사랑할 수 있다.


과정이 가치를 만든다.

Copyrights © 2020 RASHO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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