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대한 독선

이준민

 '오가다'가 커피를 팔기 시작했다. 그때, 확신했다. 커피는 정말 그냥 음료가 아니다. '오가다'는 일본에 첫 지점을 내면서 한국의 스타벅스가 되겠다며 한국 전통차로 음료시장을 공략했던 음료 프랜차이즈다. 대표가 젊었고 당시에는 인기도 있었다. 다소 호기롭게 느껴졌지만 스타벅스와 경쟁하겠다는 목표도 신선했다. 그랬던 오가다가 커피를 팔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의 전통차만으로 지점의 이익을 맞추기 어려웠다는 내부 사정이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커피라는 것과 싸워 이기지 못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동시에 커피라는 음료의 견고함을 다시 느꼈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커피는 문화이고 상징이며 사회적 습관이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고, 친구를 만날 때 커피를 마시는 건 이유 없이 하는 행동이 아니다.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의식하지 않지만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사회적 습관은 여러 가지 의미로 읽을 수 있다. 커피에 대한 가장 흔한 분석 중 하나는 산업 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카페인의 섭취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정 브랜드의 커피를 소비하는 것 혹은 특정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를 소비하는 것으로부터 사회적 특성을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재밌는  해석이다. 이 외에도 많은 설명들이 있다. 이런 설명들이 의미하는 바는 결국 커피가 사회적 혹은 문화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커피를 다른 마실 거리와 구분하는 것에 불편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차'라는 범주에 커피를 포함하기 때문에 다른 차와 구분하는 것도 어색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차도 커피처럼 사회적 문화적 요소로서 작용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동양은 문화적으로 차의 문화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가지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다른 음료와 달리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의 숫자가 압도적이라는 점이다. 에스프레소, 드립커피, 사이폰, 케멕스, 에어로프레소, 클레버드립, 더치드립, 콜드 브루, 아일랜드 식, 터키 식 등 열거된 기법보다 더 많은 방식이 존재한다. 어떤 형식의 존재는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코올을 제외한 다른 음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이다.


 커피와 차는 단순한 기호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하게 기호라고 하기에는 사실 커피에는 많은 의미들이 숨어 있다.  그런 면에서 커피는 다른 음료들과 구분된다. 만약 오가다가 전통차를 고집하고 싶었다면 경쟁 음료인 커피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커피는 사회문화적인 현상이라는 사실말이다. 오가다는 그런 이해가 결여된 상태에서 결국 전통차라는 컨셉에 어울리지 않는 길을 택했다. 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스타벅스도 커피 전문점이지만  티 라인이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커피라는 음료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하고 싶은 말이다. 앞으로도 커피의 독선은 계속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Copyrights © 2020 RASHO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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