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이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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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다야를  아는가? 한글로는 젠다야라고 밖에 쓸 수 없지만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나와서 자기 이름의 정확한 발음은 이렇다고 설명해준다. 젠다야 젠데이야 등등은 잘못된 발음이라고 한다. 어쨌든 그녀를 대부분은 톰 홀랜드 주연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봤을 텐데 사실 그녀는 디즈니 채널에서 아역부터 연기를 했으며 가수활동에 페미니스트로 활동하는 상당한 경력을 가진 엔터테이너다.  이 여성을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한 건 브루노 마스의 Versace on the floor 뮤직 비디오에서 스팽글로 장식된 원피스를 입고 나왔을 때다. 터질 것 같이 꼭 맞는 원피스를 입고 부드러운 곡조에 맞춰 흔드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솔직히 그 뮤직비디오의 여성이 젠다야라는 것은 스파이더맨을 본 후에야 알아봤다. 그녀임을 알아본 후 철 지난 그 뮤직 비디오를 수십번 돌려봤다. 


2


 지금 눈 앞에 그 젠다야가 뮤직비디오에서 입었던 원피스와 똑같은 옷을 입은 여성이 서있다. 착시일 수도 있지만 컴컴한 한국 클럽이라는 공간 속에 그녀는 정말 아름다워 보였고, 이 공관과 어울리지 않았다. 행여 다른 남자가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거나 혹은 그녀가 다른 남자에게 관심을 가질까 불안했다. 그녀에게 다가갔다. 말을 걸고 싶었지만 그녀의 도도한 표정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방패 역할을 했고, 슬쩍 느껴지는 담배 냄새는 그녀가 세상에 뿜어내는 메세지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그녀는 몇몇 남자의 시선을 신경 쓰는 듯했다. 더 머뭇거렸다가는 어쩐 기회도 가질 수 없을 것 같아서 용기를 내기로 했다.  나는 물었다.


"혼자 왔어요?"


3


 그녀는 나를 보면서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 같은 환한 미소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 내 접근이 구렸을 수도 있다. 나는 당황했고 이 상황을 어떻게든 만회해야 했다. 하지만 그 싸늘한 표정을 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고 내가 아닌 다른 남자를 향해서 슬쩍 웃는 그녀가 야속했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고상한 여자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숫자가 들어간 거친 말들이 머리를 오가는 사이에 나는 조금 멀어진 그녀와의 거리를 좁히고자 가까이 붙었다. 이번에 그녀는 싸늘하지 않았다.  아까 나에게 보낸 표정이 조금 미안해서일까 그녀는 나를 돌아보고 웃었다. 흐르는 음악과 내 동작을 함께 즐겨주는 것 같았다. 남자란 무엇인가 찰나의 희망에 베팅을 하는 동물이다. 나는 그녀가 내게 넘어왔다고 생각했고 웃으면서 다시 말을 걸었다.


"자리로 옮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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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팅은 통한 것 같다. 그녀는 웃으면서 친구들과 있는 자리로 왔다. 나는 친구들을 밀어냈고 그녀와 둘이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시끄러운 이곳에서 구차하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것은 피곤한 일일 테니 나는 쿨하게 그녀가 원하는 술을 주문하겠다고 던졌다. 그녀는 모에 샹동 파티 세트를 시켰다. 없어 보일 수는 없어 바로 주문을 넣었다. 면세점에서는 가슴이 웅장해져 사서 마실 수 있는 술이지만 어쩐지 이런 곳에서는 안 시키게 되는 술을 그녀는 시켰다. 하지만 오늘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그게 무슨 상관일까. 그녀가 원하는 것은 뭐든 해줘야 한다. 그렇게 첫 잔을 따르고 술 잔을 부딪혔는데 어쩐지 그녀의 표정이 탐탁하지 않다. 뭔가 불편한 것이 있을까 해서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그녀는 괜찮다며 술잔을 테이블 위에 놓는다.  나는 화가 났다.


5


 화가 난다고 미녀 앞에서 화를 내면 안된다. 그건 모든 남자들이 숙지하고 있는 기본적인 매너다. 나쁜 남자들은 그러지 않는다고? 잠깐 나쁜 남자와 매너가 없는 개새끼는 다른 법이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화를 낸다면 그건 나쁜 남자가 아니라 매너 없는 강아지가 되고 돈 쓰고서 분위기 맞춰주지 않는 여자 때문에 심기가 불편한 쪼잔한 남자가 된다. 절대로 화를 낼 수 없다. 조금 불편한 상황이지만 그녀가 다시 웃을 수 있도록 농담을 던져야 할 것 같다. 그런데 표정이 냉랭한 그녀에게 무슨 농담을 던져야 할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었고 그 표정을 발견한 그녀도 불편하다. 갑자기 그녀는 웃음을 지으며 술을 들이켜더니 배가 고프다며 맛있는 걸 사달라고 한다. 나는 이 때다 싶어서 나가자고 했는데 그녀는 여기서 케잌을 먹고 싶다고 한다. 클럽에서 케잌은 근거가 없이 비싼 물건인데 나의 경제 관념으로는 당최 이해할 수 없는 그 주문을 넣었다. 


6


 남자가 불쌍한 동물인 이유는 자기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슬쩍슬쩍 닿는 살결 뭔가 친숙해진 듯한 느낌이면 이미 이 상황은 핑크빛 결말고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착각한다. 특히 그녀와 하룻밤을 뒹굴 상상을 하는 성질 급한 놈이라면 더 그렇다. 그녀가 사달라는 건 다 해준 것 같고 나는 여기서 나쁘거나 구린놈은 아닌 것 같으니 이제는 더 대담해져도 되겠다 싶었다. 어깨에 슬쩍 손을 올리고 얼굴을 들이 밀었더니 그녀는 조금 당황한 듯 물러섰다. 안달이 났으니 여기서 적당한 선을 지켰을 리가 없다. 한 번 더 접근했지만 역시 뺸찌다. 역시 남자란 이런 상황에 몰리면 당황하게 된다. 돈은 돈대로 쓰고 노력은 노력대로 했는데 왜 그러는 걸까? 화가 나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복잡한 기분이 드는 가운데 그녀는 내 귀에대고 이렇게 말을하고 자리를 떠났다.

"오빠 새 해"


7


무슨 뜻인지 몰라 벙찐 사이에  친구들이 다시 자리로 왔다. 내게 그녀는 어디갔냐고 물었다. 나는 제대로 물먹었다며 욕과 함께 설명했는데 마지막 말이 당최 이해가 안간다고 친구들에게 말했다. 이 얘기를 듣던 한 친구가 나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그러더니 입을 열었다.


"너 새 됐다고 xx아!"


*Zendaya Maree Stoermer Coleman 

예명 젠데이아 로 활동하는 미국의 배우, 가수이다. 2010년 디즈니 채널의 청소년 시트콤 《우리는 댄스소녀》로 데뷔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 마블 스튜디오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 과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019)의 미셸 "MJ" 존스 역으로 캐스팅되어 한국에도 이름을 알렸다. 2012년 할리우드 레코드와 계약하여 가수로도 활동 중이다.


Copyrights © 2020 RASHO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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