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돈이 없어서 생겨나는 것



세상 대부분의 갈등은 돈이 없어서 생겨난다. 다 늙어서 원수지간이 되는 형제, 자녀교육에 대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는 부부, 깡통 전셋집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임대인과 임차인... 그 모든 갈등 속 원인은 대부분 '돈'이다.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조금이라도 더 줄여보려고, 조금이라도 더 벌어보려고 하다 보니 갈등이 시작된다


내 경험은 이렇다. 처음 내 집 장만을 하고 보수공사를 시작하기 직전, 매도인은 갑자기 계약서에도 없는 1달 치 대출 이자를 요구하며 빈 집의 현관문을 걸어 잠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겨우 수십만 원 돈을 그때는 왜 그리 주기 싫었는지,,, 위약금을 물고 공사를 취소하면서까지 나는 그 집주인을 법원에 고발하고 곤경에 빠트릴 방법만을 찾았다. 하지만 결국 서로 시간과 에너지만 소모한 무의미한 싸움이었다


그런 일을 겪고 수년 뒤 새로 이사할 집을 찾았을 때, 역시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 매도인은 계약서를 쓰기 직전, 갑자기 가격을 올리겠다며 수백만 원을 요구해왔다. 내가 정도와 상식을 지켜도,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갈등은 생겨나기 마련. 화가 났지만 이번에는 접근 방법을 달리해보았다


대부분의 갈등이 돈이 없어서 생겨난다면, 반대로 돈으로 갈등을 피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가 요구한 금액을 모두 주고, 중도금도 올려주었다. 대신 예정보다 1달 먼저 집을 비워줄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결국 원래 집주인은 본인 살던 집에서 부랴부랴 짐을 싸서 나가고, 나는 빈집에 들어가 여유 있게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했다. 돈을 쥐여주니 세상 조용하다. 이때부터 나는 갈등을 대하는 방식을 바꿨다. 소모적인 싸움은 하지 않는다. 대신 돈을 조금 더 들여서라도 최대한 갈등을 회피한다. 이게 내가 택한 삶의 전략이었다


부모님 생신 때 형제들 눈치 볼일 없다. 내가 계산한다. 아이를 잠시 맡길 때는 역시 죄송하다. 그래서 용돈을 두둑이 챙겨드린다. 100g에 3,000원이 넘는 삼겹살을 사와도 성질 내지 않는다. 감사히 먹는다. 그냥 내가 조금 손해 보는 셈 치고 산다. 그랬더니 신기하게 싸울 일이 딱히 없다. 스트레스도 없다.  


아 참,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게 최근에 하나 생겼다. 층간 소음. 아랫집 예민 가족은 내가 집에서 걸어 다니기만 해도 경비실에 인터폰을 해댄다. 이것 참.. 이제 와 바닥을 더 높게 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밑에 집을 내보낼 수도 없고.. 아! 밑에 집을 그냥 내가 사면 되는 건가? 그놈의 돈이 또 필요해 보인다





Copyrights © 2020 RASHOMON

Copyrights © 2020 RASHO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