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이준민
1


 빨간불이다. 브레이크를 밟았다. 이마트 배달 트럭이 내 차 앞에 정차 중이다. 공효진이 장바구니를 들고 웃고 있다.  웃고 있는 모델들을 보면 항상 궁금하다. 사진을 찍는 순간 그녀는 행복했을까. 저들도 분명 힘든 일이 있었을 텐데 나라면 어땠을까. 아침부터 웃고 싶지 않은 날 카메라 앞에서 미소 지을 수 있을까. 잘 사용하지도 않는 상품 그리고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웃을 수 있을까. 세상 모든 것이 불쾌한데 돈을 받았기 때문에 또 앞날의 먹고삶 때문에 강요된 시선인 카메라 앞에서 즐거울 수 있을까.


2


 "별일은 없나?"

 가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면 나에게 묻는 말이다. 별일이 없을 리는 만무하다. 나이 30 중반에 사업을 한다는 사람이라면 더 그렇다. 그 별일이라는 데에 익숙해졌을 뿐 문제가 없을 리는 없다. 별일이 왜 없겠냐고 말은 못한다. 만약 그랬다면 하루 종일 걱정을 쏟아 내실 게 뻔하다. 원래 부모라는 건 그런 존재라는 걸 알기에 머릿속 문제를 삼킨다.  별 다를 게 있냐는 애매한 답변을 하고 어머니의 안부를 묻는다. 어머니도 무슨 별일이 있냐고 말한다. 그렇게 애매한 답변이 오간다. 아마 이런 게 가족인지도 모르겠다.


3


 "둥글게 살라!"

 모든 처세의 기본이다. 상대방이 날카롭더라도 자신이 둥글다면 곧 공격도 무뎌지고, 둥글게 행동하면 상대도 굳이 날카로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이런 얘기를 수업이 듣는다. 모가 난 돌은 정을 맞기 마련이며 옛 말은 하나 틀리는 법이 없는 법이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웃으며 별 말을 안했더니 자신을 얕잡아 보는 상대를 만난 적은 없었는가. 무례한 사람에게 공격적인 언사를 행했더니 다시 예의를 되찾은 경험은 없었는가. 이런 일들은 세상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4


 타인과의 갈등은 가벼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누가 양보하느냐가 결론이기 때문이다. 높은 확률로 내가 양보를 하면 대체로 갈등은 해결된다.  갈등의 가장 예민하게 작용하는 영역은 개인의 마음 안이다. 문제는 내적 갈등이다. 실제로는 이렇게 하고 싶은데 주변 환경은 저렇게 하라고 말하며, 그렇게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안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항상 마음이 힘든 법이다. 

Copyrights © 2020 RASHO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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