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엇으로 사는가

여기도 결승점이 아닌가 보다. 내 집에서 발 뻗고 누워 잘 수만 있다면 그걸로 된 게 아닌가 싶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여기도 아닌 것 같다. 새 집에서도 마음이 편치 않으니 이제는 또 어디로 가야 하나,,, 불안하고도 막막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시 방황이 시작된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사회가 제시하는, 조직이 제시하는 성공모델을 목표로 달릴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은 편했다. 앞뒤 양옆 젤 것 없이 그 목표 하나만 바라보고 전진하면 그만이었으니까,, 중학생 때는 지역 명문고를, 고등학생 때는 국내 명문대를, 대학생 때는 일류기업 입사를 목표로 잡고 올라탄 말에 채찍질을 하면 어느새 결승점에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마약 같은 성취감에 취해 이 세상은 내가 바라는 데로 이뤄진다는 순진무구한 생각에 빠져버리곤 했다


성인이 되고, 이제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는 스스로의 목표를 찾아야 할 때 끝 모를 방황이 시작됐다. 엑셀을 켜고 1열에는 나이, 2열에는 그 나이 때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끄적여 보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아무래도 무의미한 일인 것 같다. 내가 노력해도 얻지 못할 것들이 보이고, 지금이라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들 사이에서는 서로 기회비용을 따져보다가 이내 지쳐 컴퓨터를 꺼버린다. 내가 과연 1~2년 뒤의 미래라도 예측할 수 있을까? 그대로만 노력한다면 달성할 수 있을까? 그곳이 종착역이 아니라면 나는 또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그냥 다들 이렇게 살다 죽는 건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으니, 이제는 심지어 '왜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지구상에 왜 태어났는가. 내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내가 벤츠 한 번 타보려고 태어난 건 아닐 텐데.. 그냥 "내 다음 목표는 벤츠다"라고 말하고 싶은 건 왜일까. 그런 목표라도 있으면 삶의 동기가 생겨서일까, 아니면 가야 할 길을 잃어버린 때문일까..


앞서 인간으로 살다 갔던 현인들에게 묻고 싶다. 그들은 답을 발견했는가. 살면서 한 번의 방황 없이 해야 할 일을 위해 정진하다가 편하게 눈을 감았던가. 서재에 꽂힌 책들을 살피다 제목이 눈에 들어오는 게 하나 있다


"나는 이와 같은 일을 깨달았다. 모든 인간은 자기만을 생각하고 걱정한다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각자 흩어져 무관하게 살기를 원치 않으신다. 그러므로 개개의 인간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보여주지 아니하시고, 인간들이 하나가 되기를 원하시며, 자신과 모든 인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계시한 것이다. 나는 이제 깨달았다. 자신의 일을 걱정하고 애씀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뿐, 실은 오직 사랑에 의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


당신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Copyrights © 2020 RASHO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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