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으로 보는 쉼의 의미

이준민
#반지의 제왕을 보지 않으신 분은 이 글을 거르셔도 무방합니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에서 프로도는 샘과 함께 운명의 산을 오른다. 프로도는 절대 반지를 운명의 산에 가져가 이를 파괴해야 한다. 잠시 잃어버렸던 반지를 샘이 주워왔을 때 그는 반지가 자신의 짐이라고 말했다. 프로도에게 반지는 일이다. 프로도는 반지의 힘과 싸우느라 고통스러워했다. 샘은 지쳐 쓰러진 프로도에게 다시 고향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라고 말한다. 프로도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흐느낀다.  도착한 운명의 산 정상 앞에서 프로도는 절대 반지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반지에 손가락을 끼워 넣고 사우론을 마주한다.


 이 장면은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워커홀릭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에 대한 은유로 볼 만한 내용들이 많기 때문이다. 워커홀릭은 일이 괴롭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이를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프로도는 워커홀릭이다. 그는 절대 반지를 파괴해야 한다는 Project를 광적으로 밀어 붙이고 있다. 이 일을 마치고 돌아봐야 할 것들을 보지 못한다. 절대 반지를 운반하는 일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지만 동시에 반지가 주는 힘과 매력은 절대적이다. 워커홀릭들에게 일이라는 것은 고통의 원천이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일에 미친 사람은 일에 미쳤있기도 하지만 결과가 주는 영광에도 집착한다.


 현대인들에게 쉰다는 것은 쉽게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연결된다.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부정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착각이다. 프로도가 운명의 산으로 가지 않으면 샘은 그 책임을 대신 떠안는다. 골룸이라는 경쟁자는 반지를 뻇기 위해서 호시탐탐 일하지 않는 프로도를 노린다. 일상에서도 이것은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야 하고 경쟁자는 나의 기회를 빼앗는다. 이런 비유가 아니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을 쉼으로 간주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시간 허비로 직결되어 되레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쉼을 구체적으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다만 명확한 전제 조건은 세울 수 있다. 책임이 없는 상태가 그것이다. 책임이 있는 한 쉬는 일은 불가능하다. 책임이란 어떤 일에 대한 의무를 지는 것이다. 해야만 하는 일이 있는 상태에서 쉰다는 것은 모순이다. 휴가를 갈 때 자신의 공백을 대신해서 책임져줄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것도 임원이 휴가를 가지 못하는 것도 모두 책임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휴식의 기본 전제다.


 문제는 이 부분이다. 죽기 전까지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말이다. 한 개인의 삶에서 책임은 무한하다. 따라서 쉰다는 것은 책임을 벗어난 어떤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순간적으로 잊을 수 있는 일시적인 상황으로 이해해야 한다.  니콜레 슈테른이라는 전문가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그는 물리적 시간이 얼마가 되었든 또 어떤 것이 되었든 완전하게 몰입한 상태를 유지할 때 긴장이 풀리고 다시 충전되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책임을 벗지는 못하겠지만 일시적으로 외면할 수는 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 보자. 프로도는 고향에 돌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평화 이후의 삶에 대한 마지막 업무였다. 프로도는 삼촌과 함께 고향 땅을 떠나면서 샘에게 다음 책임을 넘긴다.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얘기다. 판타지라는 세계관이 적용되어 아름다운 여정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죽음과 동일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다소 황당한 해석이겠지만 이 영화가 전해주는 쉼에 대한 메세지는 명확하다.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면 쉴 수 없다는 것이다. 쉬고 싶다면 반지를 버리지 못하는 프로도에게 던진 샘의 외침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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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rights © 2020 RASHO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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