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을 모으다가 만 썰

이준민

“무슨 씨디를 가지고 있는지 전부 기억해?”


 아내가 물었다. CD와 LP판을 포함해서 대략 1200장.(700장이 넘어가면서 정확하게 세 본 적은 없는데 아마 이때부터가 문제였던 것 같다.) 이사 와서 제대로 정리를 하지 못했으니 이런 질문을 받을 만도 하다. 솔직히 어떤 앨범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지 않다. 특정 아티스트의 앨범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없기도 하고, 어떤 앨범은 있는 줄도 몰랐다가 가끔 정리하는 CD장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기억할 수는 없지만 어떤 음반을 집어들었을 때 그 음반에 얽힌 추억들은 명확하게 기억한다. Outkast의 The love belove & Speakerboxxxxxx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학교 앞 레코드 가게에 뛰어가서 구매했다. Marvin Gaye의 let’s get it on, what’s going on, I want you 세장의 cd는 김포공항 신나라레코드에서 구매했다. 당시 여사장님이 본인도 마빈 게이의 팬이라며 계산은 안하고 15분 정도 음악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음반을 수집하는 것은 추억을 만드는 좋은 방법이지만 현재까지 지속하는 취미는 아니다. 왜냐면 취미라고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수집’에는 구체적인 목적성과 명확한 규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수집’이라는 게 좋아하는 걸 모으면 그만인 것일 수도 있다. 자본과 공간의 제한성을 무시한다면 가능한 얘기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을 규칙 없이 사 모으는 것은 낭비일 뿐 완결성을 가진 수집이라고 할 수 없다. ‘수집’을 하려면 최소한의  논리가 필요하다.


 이민을 이유로 자신의 음반을 정리하는 분을 만난 적이 있다. 해외로 자신이 수집한 것을 전부 가져갈 수가 없어서 이를 정리한다고 했다. 저렴하게 음반을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고 기대감으로 그 분을 만났다. 그 사람은 1000장이 조금 넘는 음반을 소유하고 있었다. 수집의 목적과 경계가 명확했고 깊이가 상당했다. 산만하게 유명하다는 아티스트의 앨범을 사모은 것이 아니었다. 자기가 팔 수 있는 앨범과 절대로 팔지 않는 앨범에 대한 구분이 명확했다. 같은 1000장이지만 질이 달랐다.


 그 후로 수집을 포기했다. 수집을 포기하면서 취미라는 말이 희미하다고 생각했다. 가끔 좋은 노래가 있어서 음반을 구매하는 사람도 취미로 수집을 하는 것이지만 앞서 설명한 수준을 갖춘 수집가도 취미로 음반을 모으는 것이다. 취미라는 말의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에 오히려 뜻이 모호하다. 어떤 것은 진짜 취미고 어떤 것은 가짜 취미라고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둘을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볼 수는 없었다.


 취미의 경계를 긋는 작업은 섣부른 행동일 것이다. 애초에 명확하게 경계를 만들어놓고 쓰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취미를 통해서 돈을 벌건 영원히 아마추어리즘을 추구하건 상관 없다. 다만 온전한 취미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취미 활동에 내재하는 논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일 말이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음반들을 모아왔지만 어떻게 왜 모아야 하는지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취미 활동들을 돌아보고 다시금 그 안을 들여다 볼 일이다.

Copyrights © 2020 RASHOMON

Copyrights © 2020 RASHOMON